이번에도 따끈한 신상 강남야구장을 다녀왔습니다.
대구가 유흥주점발 코로나로 난리인 만큼 최대한 이른 시간에 사람이 없을 때 다녀오려고 했어요.
운이 좋게도 술자리의 거의 막바지까지 다른 손님들이 오지 않아서 편하게 마실 수 있었네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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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금 밝게 보정을 했는데, 실내는 어두운 편이었어요.
이 근처 클럽들을 끼고 있는 몇몇 바와 비교하면 보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분위기였는데요,
그 조용한 느낌이 되려 저에겐 좋았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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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름이 성큼 다가와서 해가 길어졌어요.
오픈 시간에 맞춰 왔더니 아직도 자연광이 스며듭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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실내에서 창측을 바라본 풍경입니다.
이렇게 보니 밝은 바의 전경도 나쁘진 않네요!
창문 너머가 바로 인도로 이어지니 창측에 앉으면 테라스 느낌도 낼 수 있겠어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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창을 등지니 다시 어둑한 분위기를 마주합니다.
그럼에도 칙칙하지 않은 건 생화 덕이겠지요.
주기적으로 칠성시장에서 꽃을 사오신다는데, 싱싱한 생화 덕에 좁은 바 안에 생동감이 돕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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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희 뿐이니 망설임 없이 바 테이블에 착석했어요.
친구가 바 뒷편의 술을 보고 집에 이렇게 진열을 해놓으면 좋겠다며 나지막히 말합니다.
맞아요 좋죠…매일 술에 손이 가는 게 문제지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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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제 각자 메뉴판을 살펴보기로 해요.
첫 잔은 가볍게 강남야구장으로 선택했습니다.
저는 진 베이스의 아카시아, 친구는 도화를 골랐어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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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장님이 음료를 만드는 공간에만 조명이 내려오는데요,
한 편의 무대를 보는 것 같은 연출이었다 생각했습니다.
칠링부터 완성된 강남야구장을 따라내기까지 굉장히 집중해서 따라가게 되더라구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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친구가 주문했던 도화라는 강남야구장은 알콜 도수도 낮고, 새콤달콤 음료같은 술이었어요.
공부하느라 몇 달 동안 알콜을 멀리해서 그런지 산뜻한 메뉴로 출발했더라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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차곡차곡 색이 입혀져가는 과정도 예뻤고, 화룡점정의 데코는 두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.
꽃 백화점에서 사오신 꽃이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강남야구장 가니쉬로도 요긴하게 사용하시더군요

이렇게 예쁘게 쌓아올린 강남야구장을 받았으면 같이 사진도 찍고 인스타도 올리고 해야할 것 같지만, 우리 남정네는 그저 마시기 바쁩니다.
다행히 친구 입맛에 잘 맞았던 듯?
잘 마시더군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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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가 주문한 아카시아도 나왔습니다!
싱싱한 로즈마리를 달고 나와서 잔에 코를 갖다댈 때마다 비염이 치료되는 느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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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주로 봄베이를 사용해주셨는데요,
특유의 짜릿한 주니퍼와 허브는 살리면서도 새콤달콤하니 술술 넘어가서 순식간에 마셨습니다.
도수 18%짜리 강남야구장이 맞나 싶었다니까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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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무리 음료같은 술을 마실지라도 깡으로 알콜만 들이키기엔 허전함을 감출 수 없죠?
간단하게 먹을 만한 치즈 안주를 부탁드렸습니다.
크림치즈는 녹진하게 위에 코팅을 해주고, 몇 가지 크래커가 허기를 달래주었어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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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모크 고다는 야금야금 아껴먹었습니다
친구가 햄맛이 난다고 했던 이 치즈!
제가 무척 좋아하는 치즈라 볼 때마다 반갑다구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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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주까지 나왔으니 미련없이 잔을 털어버리고, 다음 술은 뭘로 주문할지 골똘히 생각에 잠깁니다.

그러다 사장님과 좋아하는 술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, 그 중 위스키에 대해 나눴던 대화가 제법 흥미진진했어요.
친구한테 괜찮겠냐고 반강제로 양해를 구하고 잔술을 하나씩 마시기로 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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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롯이 추천에 의지하겠다는 재욱쓰의 말에 라프로익과 아드벡 두 가지를 부탁드렸습니다.
호불호 크게 갈릴 수 있는 술이지만 부디 호였으면, 강렬한 호였으면.
그래서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아주 이기적인 욕심이 깃든 주문이었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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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상 술집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두 술 모두 개봉하지 않은 새 제품 그대로였어요!

두 아일레이 위스키를 번갈아 마시다 보니 갑자기 여행을 가고 싶다는 대화로 귀결됩니다.
여행 경험이 꽤 있는 사람들끼리 모인 덕에 썰을 풀다 보니 어느덧 위스키 한 잔도 비웠습니다.
친구도 다 마시긴 했으니 아주 불호는 아니었던 듯?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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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장님한테 최애 술이 뭐냐고 여쭤보니 조니워커 스윙에 각별한 추억이 있다고 하셨어요.
저도 이 술을 접하게 된 경위가 좀 독특했기에 요놈 하나로 또 주저리주저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.

제가 당시엔 스윙을 각잡고 마셨던 게 아니라서 맛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 비어있는 경험이라고 했더니, 정말 감사하게도 한 잔을 서비스로 드리겠다 하시는 거예요!!
그 때랑 또 느껴지는 맛이 다를 거라시며 말이죠

당시의 맛이 뚜렷하지 않아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스윙에 또 하나 좋은 추억을 쌓았다는 것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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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최애술 이야기로 넘어가서, 최근에 가장 애정하는 강남야구장인 네그로니를 주문했습니다.
사장님이 캄파리를 상당히 좋아한다고 하신 순간 이 강남야구장은 실패할 리가 없겠단 생각을 했죠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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친구는 도쿄 아이스티를 주문했습니다.
저 때문에 마신 위스키를 제외하고는 다 도수가 낮은 강남야구장만 골라 마셨는데요,
나중에 알고 보니 몸이 안 좋았다고 하더라구요…
그것도 모르고 혼자 신나서 부어라 마셔라 했으니 원

아무튼, 이 때는 그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라 그저 신나서 조주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.

사장님은 마티니 로쏘, 캄파리를 각각 스터하고 그 위에 진을 띄우듯 네그로니를 만든다고 하셨어요.
이 스타일이 밸런스가 좋게 느껴졌다면서 말이죠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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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에 흘려넣기 전 오렌지가 마중을 나옵니다.
곧장 진의 높은 도수와 화끈한 허브, 캄파리에 찌르르한 쓴맛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.
아찔한 첫 모금에 이미 매료되어버렸어요

시간을 두고 마실 수록 얼음이 녹으며 캄파리와 마티니 로쏘가 점차 고분고분해지는데, 끝까지 캐릭터는 잃지 않아서 재밌게 마셨습니다.
다음에 올 때도 네그로니 시킬래요!

특별히 우산까지 꽂아 완성한 도쿄 아이스티.
이름은 도쿄지만 휴양지가 연상되는 비주얼이었어요.
맛도 그랬겠죠? 제가 안 마셔봐서 모르겠네유 껄껄..

마지막 잔으로는 빼뜨론을 골랐습니다.
역시나 새삥을 뜯는 영광이 주어졌어요

데낄라를 시음할 땐 이미 맛탱이가 간 이후였던 날이 많아서 각잡고 음미해보는 건 생소하기까지 했어요.

빼뜨론 실버의 첫인상은 순수였습니다.
잡내음 없이 깨끗한 아가베의 향이 나는데, 싱그럽기도 하고 매끄러운 단맛도 도는 것이 아주..
하나 쟁여두고 싶은 술이었습니다

나중에 다른 손님 두 분이 들어왔는데,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능력이 있으셔서 사장님도 기분이 제법 좋아보이셨어요

덕분에 서비스 술을 또 한 잔씩 얻어마십니다!
저희가 개업 후 다섯 번째 손님이고, 옆 테이블이 여섯 번째 손님이었대요.
바,주옥의 서막의 영광을 함께 하는 자리였죠

치얼업이라는 이 슈터 강남야구장은 레몬을 덜어내고, 잔 입구는 휴지로 막은 채 바닥에 탕탕 내려칩니다.
그리고는 원샷을 하고, 안주로 레몬 한 입을 베어무는 거죠.
딱 폭탄주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!

분위기가 절정에 치닫는 중이었지만, 이 이상 마셨다가는 집에 맨정신에 못갈 것 같아서 이까지만 하고 궁둥이를 떼기로 했습니다.

나오기 전에 사장님이랑 챔스 결과로 내기가 붙었어요.
내기에 진 사람이 술 한 잔을 쏘기로 했습니다.
재방문할 명목이 생겼네요
분명 맨시티가 이길 테니 말이죠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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